‘21세기의 언니’들이 돌아왔다! 여성 미술가들의 다채로운 전시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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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10,868회 작성일 09-03-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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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뿌리> 캔버스에 아크릴릭 245×234cm 1999
‘21세기의 언니’들이 돌아왔다!
여성 미술가들의 다채로운 전시 향연
글·황예지 객원기자
돌아온 언니들의 이야기 보따리
경기도미술관에서는 2008경기미술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로 <언니가 돌아왔다> 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인다.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두 달에 걸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나혜석과 윤석남을 두 축으로 경기도 현대 여성미술가를 집중 조명하고, 변화된 여성상과 새로운 시대의 여성미술에 대한 시대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언니’는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부르는 호칭으로 ‘여성성’과 ‘여성상’의 의미를 넓게 인식할 수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21세기적 여성상으로서 <언니가 돌아왔다> 가 내세우는 ‘언니’의 개념은 ‘우마드(Womad)’ ‘허스토리(Herstory)’ ‘시스터 액트(Sister Act)’ ‘팜프파탈(Femme Fatale)’로 요약된다. 이러한 네 가지 키워드를 갖고서 전시는 네 섹션으로 나뉜다. 첫 섹션인 ‘우마드’란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말로 평화롭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이 시대의 여성, 즉 ‘우마드’가 미래의 세상을 이끌어갈 대안적 힘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과거 초원의 유목민이 아닌 디지털시대의 유목민은 21세기 '신모계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며, 자기 존재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종의 ‘자아의 신화’를 표현하고 추구하는 작가들인 안진우 원성원 이민 정은영 하차연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두 번째 섹션의 키워드는 ‘허스토리’이다. 허스토리는 남성적 사관(History)에 맞서서 ‘그녀들의 역사’를 당당히 주장하고 기술해 나가는 것을 지칭한다. 그런 의미에서 허스토리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던 그간의 ‘히스토리’의 정치성을 직시하면서 그것에 가린 여성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다양한 타자의 ‘허스토리’ 개념을 가진 작가들 김인순 김진숙 류준화 봉인옥 윤석남 이수영 정정엽 태이의 작품이 출품된다. 세 번째는 ‘시스터 액트’다. 일명 ‘행동하는 언니’로 부를 수 있는 이 말은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영화에서 우피는 여러 공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제도와 관습이 만든 사회적 시스템의 허점을 코믹하게 흔들어 버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김주연 방정아 이순종 장지아 홍현숙은 공간과 장소를 비롯해 자신의 삶조차도 그런 ‘공공성’의 맥락에서 개입하고 실천하는 작가들이다. 마지막 섹션은 ‘팜므파탈’로 장식한다. 19세기까지 팜므파탈이란 말은 관습과 도덕에 억눌리지 않고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욕망을 거리낌 없이 펼치는 위험한 여성을 말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파멸과 죽음을 불러오는 부정적 인식은 20세기 이후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활달한 여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화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정 시대의 캐릭터라기보다는 작품 안에서 녹아 흐르는 내면화 된 방식의 팜므파탈을 살펴볼 수 있게 했으며, 시대를 초월해 드러나는 여성 특유의 ‘욕망과 환상’까지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강은수 김희정 박영숙 손정은 손국연 이순주 이은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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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 <허난설헌> 나무에 아크릴릭, 자개 115×170cm 2005
여성 미술가들의 열정적 작업 세계 속으로
고양 아람미술관에서는 이숙자의 전시(11. 1~12. 21)가 열린다. 40여년 이상을 우리 채색화 발전에 일조한 한국 채색회화의 상징적인 작가인 이숙자를 통해 한국화에 대한 관심과 전통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전시다. ‘보리밭’과 ‘이브’라는 양대 주제를 토대로 끊임없는 변화와 연구를 거듭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 예술가의 삶 전체를 만나볼 수 있다. 이숙자는 한국화 영역에서도 채색화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작가로 그간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우리 전통 채색화를 현대인의 감성에 맞도록 재창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 노력의 산물인 10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특히 석채(石彩)라는 채색안료의 특성을 잘 사용하여 사실적인 묘사와 조형적인 구성을 통해 그림의 소재 하나하나를 선명하고 빛나는 색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다섯 개의 소주제 ‘꽃과 일상’ ‘보리밭’ ‘이브’ ‘작가의 방’ ‘드로잉’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올해로 작업인생 30년을 맞는 정경연의 전시도 열린다. 세오갤러리에서 10월 2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정경연의 작업 30년 기념-장갑: 생의 기록> 전은 장갑이란 하나의 소재로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탐구하며 섬유 회화 조각 판화 비디오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들을 총망라하여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신작인 <블랙홀>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인간의식에 의한 무한한 가능성의 열림을 안과 밖의 블랙홀로 정착시켰다. 색채는 검은 색으로 귀환되고, 장갑들은 둥글게 겹쳐져 생성의 수레바퀴를 만들어 낸다. 사회적 집합체로서 인간이 만나고 어우러지며 헤어지는 과정을 ‘축제’에 비유하며 작업하고 있는 전준자의 개인전(10. 29~11. 4)이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그의 작품 속 자유분방한 드로잉과 원생으로 묘사된 인간 군상은 사회적 집합체로서의 인간이 누리는 가장 가치있는 의례가 축제임을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전준자는 서로의 만남과 속삭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서정적 추상세계를 표현하는 회화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재독작가 송현숙도 개인전을 갖는다. 학고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9월 30일부터 10월 26일까지. 송현숙은 달걀과 안료를 섞은 템페라 물감을 사용하여 말뚝, 우물, 집, 옹기항아리 등의 형상을 그려왔다. 이러한 형상을 한껏 추상화시켜 간략하게 표현하고, 그 그림의 제목으로 몇 획 혹은 몇 획 위에 몇 획 하는 붓질 획수를 사용한다. 그의 섬세한 붓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2006년 개인전 이후 꾸준히 작업해 온 신작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여성 미술가들의 작업이라 하면 으레 꽃과 집 안 풍경, 혹은 가족과 같은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라고 여겨져 오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그러한 소재들이 여성의 삶을 둘러싸고 있으며,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에 부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에서는 그 소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인권신장으로 인해 여성이 ‘밖’으로 나와 남성과 동등한 교육과 직업을 갖게 되는 요즘, 여성 미술의 소재가 꼭 여성적인 것만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돌아온 언니’들의 작업의 특징은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동시에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21세기의 새로운 감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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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내 안의 마녀 프로젝트> C-프린트 160×120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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