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포럼 뉴게이트 신축재개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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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7,921회 작성일 12-01-07 07:39작가명 | 나, 화가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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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2-01-05 ~ 2012-01-22 |
휴관일 | 일요일 휴관 |
전시장소명 | 아트포럼 뉴게이트(Artforum Newgate) |
나, 화가
아트포럼 뉴게이트 신축재개관展 Painting
아트포럼 뉴게이트 신축재개관展 Painting
▲ 서용선, 퇴근_崔各庄 베이징, 200x200cm, Acrylic on Canvas, 2008
전시작가 : 서용선, 김춘수, 조환, 공성훈, 함명수, 임만혁, 민재영
전시일정 : 2012. 01. 05 ~ 2012. 01. 22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9:00(토 17:00, 일요일 휴관)
전시일정 : 2012. 01. 05 ~ 2012. 01. 22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9:00(토 17:00, 일요일 휴관)
●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림
이선영(미술평론가)
대학로에 새로 건물을 짓고 재개관한 아트포럼 뉴게이트의 첫 기획전 ‘나, 화가’는 잘 알려진 TV 연예 프로그램에서 온 것이지만, ‘나’라는 말도 그렇고, ‘화가’라는 말도 그렇고, 그 의미가 가벼울 수는 없다. 물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는 이런저런 욕망에 의해 해체되어야 하고, ‘화가’란 유구한 회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번쩍거리는 인터페이스들 사이에서 뒷방으로 물러난 유물 같은 느낌도 주기 때문이다. 요즘 가수들은 떼 지어 나와서 자기가 맡은 부분만 몇 초 부르면 된다. 몇 초 단위로 분절화 된 문화상품의 홍수 속에서 호흡이 긴 회화는 별세계에 속한 듯이 보인다. ‘나, 가수’, 가수가 노래잘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우리 사회는 핵심을 잃어버렸다. 잃어 버렸다기보다는, 핵심이란 것이 형성될 만큼의 시공간의 두께를 확보하지 못한 채 떠밀려 왔다.
한국 문화계에서는 노래든 그림이든, 하나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는 드는 것은 아웃사이더가 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는 예술가의 영원한 조건이기도 하다. 동일자가 타자들로 이루어져 있듯이, 예외는 본류이자 몸통이 된다. 작업하는 이는 언제나 인간적 온기나 아늑함과는 거리가 먼 바깥에 있다. 익숙함과도 멀다. 세계는 매번 다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시의 화가들은 몇 십 년 그림을 그려왔어도 늘 낯섦과 두려움으로 빈 화면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속에 전체가 올곧이 담겨 있을 수도 있는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문화계 인사들’의 ‘전천후 문화 활동’(?)이 우리 문화계를 얼마나 다채롭게 했는지는 의심스럽다.
‘고급 예술계’ 역시 작업에만 몰두하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중심으로부터 방사되는 권력의 체계를 복제하는 재현주의는 현대예술에서 이미 극복되었으리라는 추측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경력 관리에 필요한 지침으로 여전히 작동한다. 작가가 되기 위한 보편적인 입문 및 훈련 과정은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지도가 아니라 책상 대물림이라는, 구조와 체계의 재생산을 부추키곤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천개의 고원]에서 말하듯이 사본은 자신이 다른 어떤 것을 복제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신을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지도와 달리 사본은 항상 동일한 것으로 회귀한다. 바깥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본을 지도로 바꿔 놓아야 하며, 복습에 의한 기억보다는 창조적 망각이 필요한 때이다. 지도 그리기는 단순히 단면이나 평면을 투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미세한 굴곡 면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라는 자문에 ‘화가!’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많지 않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이 화가라는 직함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느 자리에 있었든, 적어도 자기 앞에 서 있는 빈 캔버스 앞에서 만큼은 모든 계급장을 떼어내고 외롭게 투쟁하면서 그림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해 왔던 이들임은 분명하다. 참여 작가들은 지엽말단의 문제들로 가득한 소음과 스모그 속에서 인간 삶의 보편성이라는 화두를 견지하고 있다. 그들의 주제는 보편적이지만 초월적이지 않다. 그들의 어법은 그림 이외의 다양한 매체의 코드를 염두에 두지만, 추상적이지 않다. 그들이 다루는 소재는 붙잡힐 듯 구체적이지만, 우연성으로 와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관념론에 기대지 않고, 손재주를 과신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장인보다 더 완벽한 기술을 구사하지만 ‘쟁이’에 머물지 않는다.
▲ 임만혁, 풍경10-2, 143x55cm, 한지에 목탄 채색, 2010
서용선은 한창 서구 자본주의 모델을 따라 성장 중인 중국에서 근대적 인간상이라 할 만한 이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서비스 중심의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어진, 근대 산업사회의 원형적 인물상이다. 출퇴근하거나 잠시 휴식 중인 노동자들은 기층의 생산력을 추동해 왔던 이들이다. 이 익명적이고도 기념비적인 인간상들을 표현하는 힘찬 선과 밝은 색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자화상은 더욱 야성적이다. 개와 구별되지 않고, 때로는 무너져 내리는 구조물 같은 자화상은 변신을 위한 빈 공간을 스스로에게 마련한다. 임만혁은 개인, 정확히는 개별 소비자로 흩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을 형상화한다. 한지에 목탄 채색으로 그려진, 단촐한 선과 색 면은 보호와 유대감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가족은 개인에게 바깥과 안 사이에 완충지대를 형성시켜 준다. 그의 작품은 위협받고 있기에 더욱 지켜주고 싶은 보편적 가치의 담지자로서의 모성과 가족애를 그린다.
▲ 공성훈, 담배 피우는 남자(태종대), 182x121.8cm, Oil on Canvas, 2011
공성훈은 노을 지는 광대한 하늘, 무수한 세월의 겹을 각인한 깍아 지른 바위 등, 실제 가서 보면 더 좋을 것 같은 풍경을 그린다. 적어도 소재 면에서 압도적인 보편성을 확보한 그의 작품들은 잘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그 언어가 투명하다. 작가 개인의 창조적 역량을 가릴 수도 있는 막강한 지시대상의 현전을 괄호 치지 않는다. 그러나 묘사(description) 속에 서사(narration)가 절묘하게 끼워져 있는 그의 작품은 표면과 심층, 자연주의와 리얼리즘을 결합시킨다. 대자연과 그 속에 자리한 작은 인간상들은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연속될 역사 또한 불러들인다. 우연히 발견된 듯한 현실의 단편 속에 그렇게도 거대한 것들이 끼워져 있다.
▲ 함명수, City Scape, 90.9x65.1cm, Oil on Canvas, 2011
▲ 민재영, 休日 Holiday, 170x130cm, 한지에 수묵 채색, 2010
함명수, 민재영의 작품은 투명한 창을 흐릿하게 만들어 조형 언어의 물질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그들의 작품은 지시대상이 보존되면서도 조형언어의 자율성을 내포한 시각적 베일이 쳐있다. 이 베일은 합리화된 3차원 공간을 2차원적 표면 위에 색다른 방식으로 연출한다. 이들의 작품에서 문명을 이루는 단단한 구조들은 유동적인 표면이 된다. 함명수의 줄줄 흘러내리는 도시풍경은 인간에 의해 구축되어진 모든 단단한 것들을 녹여내어 자연적인 원소로 되돌리는 듯하다. 민재영이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린 것은 지글거리는 주사 선 같은 흐릿한 시각적 노이즈로 걸러진 현대적 도시 풍경이다. 앞뒤로 꽉꽉 막힌 출퇴근 교통상황은 나아가야할 좌표를 설정해줄 원근감을 잃어버리고 지금 여기에 출구 없이 갇혀 있는 현대문명의 상황을 그려낸다.
▲ 김춘수, ULTRA-MARINE 1152, 200x200cm, Oil on Canvas, 2011.
▲ 조환, Untitled, 179x67x10cm, steel, Polyenamel, 2011
김춘수의 그림은 울트라 마린(ULTRA-MARINE)으로 채워진 바다, 하늘, 또는 숲이다. 그곳은 인간이 기원하고 되돌아갈 곳이며, 동시에 역사의 무대이다. 그는 조형 언어와 그 발화 방식을 자연의 형태 및 과정과 정확히 중첩시킨다. 분리되는 여러 차원을 하나의 과정으로 혼합하는 매개는 시각성이 아니라, 몸이다. 그의 촉각적 그림은 눈으로도 만져진다. 조환은 잘라낸 강철판들을 용접해서 문자와 자연적 형태의 중간단계의 형상을 만든다. 그것은 부드러운 먹과 붓이 아닌, 단단한 쇠와 용접기로 만들어진 형상이다. 작가는 죽(竹)을 칠 때, 또는 필획이 그어질 때 충전되거나 방사되어질 기(氣)에 물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힘찬 형상은 그려진 것과 다르게 3차원 공간에 그림자를 떨군다. 그려진 것의 환영은 회화보다는 조각과도 닮은 물질적 과정을 통해서 굳건한 현실성을 획득하려 한다.
이 전시의 작품들에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역사와 문명 또한 자연에 속해 있다. 예술 또한 자연과 하나가 되려 한다. 그것은 소박한 듯하지만, 매우 야심찬 기획이다. 그림을 하나의 방향으로 우리를 휩쓸고 가는 거대한 스펙터클의 한 지류가 아니라, 다시금 보편성의 본류로 되돌아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세에 역행하는 붓을 든 화가의 모습에는 비장함도 감돈다. 그들은 자기가 중심을 이루는 작은 세계 속에 갇혀 허공에 흩어질 뿐인 붓질이 아니라, 필연으로 고양될 자유를 실험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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