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풀 프로덕션 출판기념전 《김용익 : 무통문명無痛文明에 소심하게 저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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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tpool 댓글 0건 조회 4,193회 작성일 11-09-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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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과 사조 구분에 익숙한 미술사 서술에서 작가 김용익은 속칭 ‘땡땡이 그림’이라 일컬어지는 평면 작품 시리즈로70년대의 미국 미니멀리즘과 일본 모더니즘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한국의 개념적 모더니즘 전위작가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트 스페이스 풀은 역사적 작품에 대한 기념비적 물신화나 작가 개인에 대한 신비화를 넘어서서, 미학과 작업 태도, 실제 실천 행보에 일관성과 동시대성을 치열하게 유지하는 작가로 김용익을 주목합니다.
미술인 김용익의 철학은 물질과 이미지 간의 대립과 화해와 같은 순수미학적 고찰부터 공공미술, 미술제도, 문화경영, 한국의 미술교육, 지역미술에 이르는 실천미학적 고찰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일상을 관통하는 문화 이데아입니다. 그에게 문화 이데아는 삼라만상이 본래 지닌 지극히 상식적이고 개방적인 순리를 존중하는 문화적 태도입니다. 그의 미학론 요체를 분석하여 이름을 붙이고자 하는 명문明文화된 학습은 결국 우주라는 생명 공동체의 ‘순리’와 이를 인지하는 각자의 태도를 성찰해 보아야 하는 과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풀이 주목하는 작가 김용익의 요체는, 순리를 향하기 위해 그가 구사하는 논리적 사유와 실행 이라는 두 개의 상호 공존하기 힘든 전술, 그리고, 이를 절합하여 온 그의 태도입니다. 논리적으로 사유하면서 몸으로 그 논리를 실행하기, 우주보편적 원리를 구체적 물질로 구현하기, 철학과 생활을 일체화 시키기, 개인적 사유와 사회적 발언을 조응하기, 그 극한의 온몸미학에서 김용익의 논제인 미학 개념과 현실 정치가 연결됩니다. 그의 온몸미학적 태도에서 그의 미술이 나오는 것이지, 미술로 어떤 미술이론을 전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용익은 동시대 우리 미술계에 미술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미술을 행行하고 미술로 사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환기시켜주는 작가입니다.
김용익은 미술하기의 방식 중 하나로 줄곧 글을 써왔습니다. 그의 글은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해제이자 작업 중 떠오르는 생각의 기록이고 작품에 삽입되어 남아있는 작품의 일부이며 무엇보다 관객과 대상에게 말을 거는 대화의 방편입니다. 따라서 김용익을 이해하는데 그의 글을 읽어 보는 것은 그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정치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의 연결을 보여주기』는 작가 김용익이 다루어 온 다양한 화두와 상황을 일괄하는77여 편의 선별된 원고와7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100여 점의 도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 “무통문명에 소심하게 저항하기”는2000년 이후 공공미술과 학교 미술교육, 미술제도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문화적 사회의 전제조건인 문화 아비투스 조성과 생태학적 우주생명사상에 걸친 작가의 관심을 알려주는 장입니다. 김용익은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이론을 빌어 가속화된 과잉 개발 속에서 인간의 자기 보호장치가 더불어 과잉 투자, 개발됨에 따라 사소한 통증에 무력해지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사회 전반의 무통마취 문명화를 지적합니다. 상품화된 감수성 보다 더 암울한 사회의 불감증에 저항하기 위해 김용익은 자연의 순리를 찾아가는 일상의 노동과 쇠락, 고통에 미학적으로 예우를 표합니다.
미술 학제 내에서는 이번 김용익의 작업들을 소위 대지미술 계열의 행위미술이나 민간 토테미즘을 떠올리는 원시종교미술 양식의 작업으로 지칭할지 모릅니다. 김용익은 그의 글에서 “미술은 미래의 에너지가 되는 것을 꿈꾸고 설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로 막는 것들에 덫을 놓고 논리적으로 수정해 가는 일이다. 논리를 극한으로 전개하면 그것은 다름 아닌 순리 順理에 닿게 된다. 결국 ‘미술하기‘는 인간이 순리대로 살기 위해 행하는 온갖 몸부림이 된다” 하였습니다. 몸부림은 사치와 향락이 아닙니다. 차라리 시시때때로 부대끼는 일상의 작은 혁명에 가깝습니다. 일상의 미학과 생정치가 연결되는 작가 김용익의 온몸미학을 다시금 경험합니다.

김희진 (디렉터, 아트 스페이스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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